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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초대석] 배영호 코오롱 사장

김호진 | 기사입력 2012/07/12 [11:34]

[동경초대석] 배영호 코오롱 사장

김호진 | 입력 : 2012/07/12 [11:34]
“변화·성장 통해 ‘세계 속의 한국 대표 기업’ 이룰것”

화학·전자재료부문 투자 집중, 성장 대들보로 육성

노조와 함께 하는 상생경영으로 “항구적 무분규” 이뤄



“변화와 성장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 대표 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로 취임 2주년째를 맞은 배영호(64ㆍ사진) ㈜코오롱 사장을 과천 본사로 찾아가 만나보았다.

회사 안팎에서는 배 사장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다. 그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코오롱제약을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코오롱유화 사장 시절 회사 매출을 3배 가까이 끌어올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머리에서부터 그는 코오롱의 체질개선론을 펼쳤다.

“코오롱은 나일론을 국내 최초로 생산한 섬유회사지만 올해 말 화학 부문의 매출이 가장 커 이미 화학기업입니다. 화학과 전자재료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코오롱 성장의 양대 축으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규 투자 등에 대한 전략을 결정하고 코오롱과 옛 코오롱유화의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쓸 정도다. 기자와 만남을 갖기 직전에도 배 사장은 방탄 섬유 ‘아라미드’ 설비 증설안에 최종 서명했다.

체질 개선이란 기존 조직구성원에게는 당연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도이다. 코오롱 노조는 강성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는지 궁금했다.

“코오롱 사장으로 부임을 하루 앞둔 2006년 1월1일 신문 속의 사진 한 장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이 노조원들과 함께 ‘신년 노사 합동 해맞이 행사’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외국인도 파업으로 유명한 옛 대우차 식구들과 저렇게 상생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가 취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노사 화합. 코오롱노조는 배 사장의 이 같은 열성과 노력을 인정해 4월 국내 산업계에서 두번째로 ‘항구적 무분규’를 선언했다.

배 사장은 코오롱이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모두 노조원들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모두에게 고마워했다.

코오롱은 지금 과감한 체질 개선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LCD TV용 광확산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폴리이미드(PI)필름과 아라미드 생산 라인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과 체결한 기술 이전 계약 역시 전자소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배 사장은 “코오롱이 과거 화섬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는 산업자재용 섬유 부문의 매출이 더욱 크다”며 “전략적인 차원에서 전자재료 소재에 대한 비중을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사장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섬유산업=사양산업’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못내 못마땅해 했다. 대학에서 섬유학을 전공하고 70년 코오롱에 입사한 이후 줄곧 외길만을 달려온 섬유산업의 증인인 만큼 섬유산업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잘못된 편견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섬유산업은 지금 양적인 개념에서 질적인 개념으로 전환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코오롱만 체질 개선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섬유산업도 또 다른 차원의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방탄업체와의 공급계약에 이어 미국 방산업체와의 공급계약도 추진되는 아라미드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이 제품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오는 2009년께 뒤따를 것입니다. 아라미드 같은 고부가 섬유제품은 사양제품이 아닙니다.”

그는 섬유가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증거로 방탄 섬유인 아라미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투자도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코오롱은 극세사제품인 ‘샤뮤드’도 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에 공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배 사장의 말처럼 양적인 섬유산업에서 질적인 섬유산업으로의 체질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공장을 방문한 횟수가 20여차례밖에 안됩니다. 신규 사업과 공급계약 등 여러 안건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니 공장에서의 현장경영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노사 상생의 환경을 성장 발판으로 코오롱은 이제 공격적인 투자와 신규 사업 발굴을 서두르고 있다. ‘경영의 마술사’ 배 사장이 코오롱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 2007년 8월 14일 김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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