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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칼날' 피해…시행사 부도몰아 아파트사업권 편취 극성

유경석 기자 | 기사입력 2023/08/18 [10:34]

이복현 '칼날' 피해…시행사 부도몰아 아파트사업권 편취 극성

유경석 기자 | 입력 : 2023/08/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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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후순위 대주단 참여 일부기업

'대출만기 연장 거부' 카드 들고

 부동산개발사 압박…사업권 '꿀꺽'

 

 금감원 행정력 못미치는점 악용…

 금융 유관기관 PF대주단 협약 등

 당국 시장 정상화 노력에 '찬물'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 사냥꾼들이 득세하며 민간 부동산개발에 차질이 우려된다. 중·후순위 대주단에 참여한 일반기업들은 대출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디벨로퍼를 곤궁에 빠뜨린 뒤 사업권을 빼앗는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행정력이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기업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는 등 민간 부동산개발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를 비롯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등 모든 금융협회, 주택금융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PF 대주단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부실 또는 부실우려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독려하고, 각 금융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역시 오는 9월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 가동을 앞두고 지난 7월 캠코양재타워 17층 대회의실에서 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이지스자산운영·코람코자산운용·캡스톤자산운용 5개 위탁운용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달까지 민간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조성하고, 내달부터 실제 자금을 투입해 PF채권을 인수한 후 권리관계 조정, 사업·재무구조 재편, 사업비 자금대여 등을 통해 PF 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부동산디벨로퍼 사냥꾼들, 분양 앞두고 운전자금 부족 시행사 먹잇감으로

 

하지만 실제 PF 사업장 상황은 금융당국의 바람과는 전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후순위 대주단에 참여한 일반기업들이 만기대출연장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키운 뒤 사업권을 빼앗고 있다. 금융기관 이외 일반기업에는 금융당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 부동산 디벨로퍼로, 개발사업의 속내를 훤히 알고 있는 데다 캐피털 등 금융자회사를 통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또한 일반기업 경영자의 자녀 중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취업해 미공개 직무정보로 사업물량을 확보하고 대주단에 참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토지매매와 인·허가절차 등을 거쳐 분양에 들어갈 때까지 5~10년이 소요된다. 부동산 디벨로퍼 사냥꾼들은 분양을 눈앞에 두고 운전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행사를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소규모 자금만으로 시행사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데다 10%를 웃도는 선취이자는 물론 10~50%에 달하는 사업이익이나 사업권을 통째로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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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사, 50억 투자만으로 1조원대 '울산 주상복합 사업장' 차지하기도

 

실제 일반기업 J사는 2022년 2월 울산 신천동 소재 1117세대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50억 원을 투자한 4순위 대주단에 참여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19 팬데믹 등 영향으로 건축비는 급등한 반면 분양가는 낮아지는 급박한 상태였다. 

 

이런 결과 T시행사는 브릿지대출 마감일에 PF대출로 전환하지 못한 채 브릿지대출연장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브릿지대출은 운전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데 반해 PF대출은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기업 J사는 대출연장을 거부한 채 운전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T시행사에게 사모사채 인수를 요구하는 등 벼랑으로 내몰았다. BNK투자증권 등 8곳으로 구성된 대주단 중 J사는 유일하게 일반기업이었다. 

 

PF대주단 협약에 참여한 7개 금융기관 대주단은 대출만기연장에 동의한 반면 일반기업 J사는 대출만기연장을 거부, 급기야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대출금 미상환에 따른 기한이익상실(EOD)로 공매 위기에 처하게 됐다. EOD는 부도를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J사는 EOD를 담보로 T시행사에게 J사 보유 사모사채 50억 원 중 5억 원을 인수하고, 사채를 인수할 수 없을 시 시행사 주식 55%와 사업권 양도를 요구,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운전자금 부족을 겪는 시행사에게 사모사채 인수를 요구한 것으로, 현금유동성을 더욱 악화시켜 사업권을 확보한 것이다. 결국 50억 원을 투자한 J사는 분양예상가만 1조 원에 달하는 T시행사의 사업장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 일반법인인 J사, 전국 40여곳 '참여'…남양주 진접사업장도 '부실 만들기' 진행중

 

J사의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울산·평택·태안·남양주 등 전국 30~48개 사업장 대주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내년 분양 예정인 남양주시 진접읍 소재 아파트 건설사업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부실현장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진접사업장 시행사는 2022년 7월 29일 저축은행 18개사, 증권사 2개사, 캐피탈 1개사, 일반법인 1개사로 구성된 대주단을 통해 1년 이자, 수수료 선취 조건으로 브릿지대출(토지담보대출) 1240억 원을 실행했다. 일반법인으로 참여한 J사는 부국증권 주선으로 150억 원을 투자, 후순위 대주단에 참여했다. 

 

브릿지대출 기간 만기인 2023년 7월 29일에 앞서 7월초 PF대주단 자율협의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선순위 대주단 ¾이상 동의 후 7월 28일 연장 결정했다. 

 

하지만 일반법인 J사는 대출연장을 거부했다. 대신 연장 가능조건으로 대출원금 20% 상환, 6개월이자 선취, 사업이익 50%, 6개월내 원금 전액 미상환시 사업권 양도 또는 사업권 우선 매각권 등을 요구했다.

 

이는 대출약정서상 선순위 채권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 사업권 담보 및 양도시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된다는 점에서, 시행사 스스로 EOD를 자인하는 상태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진접시행사 관계자는 "브릿지대출 대주단으로 참여해 만기도래 후 원금 및 이자상환이 의도한 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경우 사업권 양도 또는 지분양도 등 과도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법인이라고 사익 충족을 위해 대주단 금융기관 전체에 EOD 위기감을 줘 금융부실의 원인을 제공하는 행태는 PF 사업장을 정상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일반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국 30여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과 달리 제때 자금회수가 되지 않을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대출연장이 불가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금융당국·정치권 '제2 새마을금고 사태' 우려…국감서 이슈화 가능성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부동산 PF 관련 일반법인의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2의 새마을금고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오는 10월 국정감사 때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련 일반법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또한, 대주단협의회 참여는 자율적인 것이어서 일반법인의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중진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일반법인의 불합리한 행태는 반드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금융당국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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