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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악마 '그라목손'과 싸우는 의사
한해 2천명 그라목손 마시고 자살 한 지방병원 응급실 의사가 한해에도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농약 '그라목손'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그는 경북 안동병원 응급의학과 김욱진(35) 과장. 김 과장은 지난 2001년 '그라목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동호회(http://club.medigate.net/club.php?url=1590)를 결성, 정부기관과 농약회사, 사회 단체 등에 그라목손의 판매금지를 호소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전국의 의사 3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라목손은 1882년 영국에서 염료로 개발됐으나 제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1958년부터 제초제로 사용됐으며, 국내에서도 70년대부터 농약상을 통해 농가에 유통되고 있다. 이 농약은 강력한 제초 효과 때문에 농촌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손쉽게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녹색 악마'로서의 악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약 자살자는 지난 98년 1천629명, 99년 1천489명, 2000년 1천488명, 2001년 1천712명, 2002년 2천632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들 사망자의 70~80%가 그라목손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과장은 "레지던트 시절 그라목손을 마신 환자들을 많이 치료하면서 농약에 의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의사들끼리 정보를 나누기 위해 동호회도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약 뚜껑에 안정장치를 부착하면 즉흥적 자살이나 실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음독사고방지용 안전마개장치'를 개발, 국내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농약회사 등에 그라목손의 안전상 문제점을 지적해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만 그라목손을 판매,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약병에 '음독시 매우 고통스럽다'는 문구를 삽입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김 과장은 "일본은 그라목손의 농도를 줄인 뒤 연간 사망자수가 1천명가량 줄었고, 사모아의 경우 그라목손을 판매 금지한 뒤 자살률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그라목손을 판매금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그라목손에 의한 노동력 손실액만 4천억여원에 달한다"면서 "그라목손의 농도를 낮춰도 제초효과가 떨어지지 않는 만큼 판매금지가 어렵다면 원액의 농도라도 낮춰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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