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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하고 격 있는 분청 빚어내

김영희 | 기사입력 2003/12/10 [16:14]

질박하고 격 있는 분청 빚어내

김영희 | 입력 : 2003/12/10 [16:14]
수많은 도예가들이 모여 우리나라 도자기 산실을 빚어낸 경기도 이천. 이곳에 꾸밈없고 순박한 분청을 빚어내는 토광 장동국 선생이 있다.

도자기를 빚고 굽는 일 외엔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는 30년 넘도록 도자기에 빠져 있는 도예가이다. 구상, 만들기, 조각, 그림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다 하고, 작품 하나 하나에 온 정성을 싣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듯 토광 선생의 도자기는 하나 하나 모두 다르다. 전승적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기법’을 가미했다.

작품의 문양은 어느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의 모습, 대화, 성격 등 모든 일상이 아이디어가 된다. 또 스님들과 대화하면서 얻는 세상 이야기, 눈 속에 핀 꽃, 산꼭대기 자리잡은 고목 등도 새로운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살아가는 삶의 모든 것이 반영돼 있기에 그의 작품들 속에는 투박하고 서민적인 감각이 분출돼 있다.

그의 작업은 분청사기가 주류를 이룬다. 분청이야 많은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지만 그의 것만큼 질박하면서도 격이 있는 것이 흔치 않다. 그래서 도자기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작가를 보기보다 작품을 유심히 관찰한다.

도자기는 자신이 흙이 되고, 물이 되고, 불이 되어 하나의 그릇에 자신의 정수를 다 쏟아 부을 때야 가능한 것이다. 정갈한 마음, 정갈한 육신의 손이 이루어 내는 진정한 도예 작업의 결과는 그래서 아직도 어떤 과학 기능으로도 해석될 수 없는 신비함에 묻혀 있다. 토광 선생의 작품 역시 그러하다.

오늘의 도예는 대량생산을 통해 이른바 ‘찍어내는 그릇’이라는 쓴소리를 피할 수 없다.

도예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조형을 위한 조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토광의 작품들은 작품을 대할 때 심혈을 기울이며 도예 정신의 맥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이 담겨 있기에 바라봄의 기쁨이 되고 있다.

도자기의 신비에 매혹되어 흙과 씨름한지 30년, 그 세월동안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도자기의 품성, 도자기의 빛깔, 도자기의 향취에 빠져들어 흙의 마음, 흙의 육신을 지닌 사람이 되었으리라. 토광 장동국 선생은 오는 13일까지 서울 예문갤러리에서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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