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못짓는 상속인만 범법자 만들어"…농지법 개정 요구"농지법이 농촌 죽인다"…경자유전 폐지 요구 국회청원 등장
상속농지 이행강제금 폭탄·농취증 규제 비판 “소유보다 실제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농촌 인구 급감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원칙에 기반한 현행 농지법이 오히려 농촌의 자본 유입을 막고 선량한 상속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며 농지의 소유 규제를 전면 폐지하고 이용 중심의 ‘농지농용(農地農用)’ 체계로 전환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됐다.
3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등록된 ‘경자유전 원칙 개선 및 농지법 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은 공개 직후 농지 처분에 어려움을 겪어온 농촌 지역 지주들과 주말·체험농장 운영자, 상속농지 문제로 고액의 이행강제금 처분 위기에 놓인 대도시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본격적인 국민 동의 진행 단계에 돌입했다.
해당 청원은 오는 7월 2일까지 30일간 청원 동의를 접수하며, 기간 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회부돼 정식 의안으로 심사된다.
청원인 최 모 씨는 청원 취지를 통해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 원칙은 1948년 소작제도 철폐를 위한 시대적 산물이었으나, 현재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농촌 발전을 가로막는 비이성적인 법이 되었다”며 “농업 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을 반영해 ‘소유는 자유롭게, 이용은 농업적으로’라는 모토 아래 농지법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청원서에 적시된 현행 농지법 제도의 문제점은 타 부동산과 달리 농지에만 적용되는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의 과도한 진입장벽, 가족·친척·이웃 간 대리 경작(두레·품앗이)의 사실상 불법화, 경작이 불가능한 상속농지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매년 토지가액 25%의 가혹한 이행강제금,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우량 농지 위주 편파 수탁 행태, 고용 인력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로 인한 자본 유입 차단 등이다.
청원인은 일반 주택이나 상가를 살 때 자격증명이 필요 없듯 농지취득자격증명 제도 역시 국민의 재산권을 원천 차단하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정면 비판했다.
특히 부모님의 농지를 물려받은 도시 직장인들이 농지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농촌 현실 속에서,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토지가액 25%의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고 있는 연쇄적 피해를 폭로했다.
투기꾼을 잡기 위한 규제가 되레 선량한 대다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청원인은 농촌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회와 금융·농림당국에 5대 요구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헌법 제121조의 ‘경자유전’ 명시 조항을 이용 원칙 중심의 ‘농지농용’으로 개정하고, 일반 부동산처럼 등기만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농지취득자격증명 제도를 전면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둘째, 귀농인의 농지 접근성을 높이고 전통적 미풍양속을 계승하기 위해 농지 임대차 및 가족·이웃 간 대리 경작을 전면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셋째, 도로가 없는 맹지나 오랫동안 경작하지 않은 묵전, 사실상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비기능성 토지에 대해서는 농지법 적용을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넷째, 선량한 상속인을 옥죄는 규제 대신 투기 유입만을 차단할 수 있도록 기획부동산의 ‘농지 공유지분 쪼개기’를 원천 금지하는 핀셋 입법을 즉각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다섯째, 농지 소유자가 불가피하게 공사에 땅을 맡길 때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수탁 기준을 공익적으로 재정비하라고 제안했다.
그간 농림축산식품부는 LH 사태 이후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 농취증 발급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지자체별 농지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조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도심형 투기 대책이 결과적으로 농촌 토지 거래를 얼어붙게 만들고, 인구 소멸 단계에 접어든 농촌의 활력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는 현장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어 왔다.
‘소유 규제 완화’와 ‘실제 농업적 이용 촉진’이라는 농업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민생 현안이 국회 청원으로 공론화된 만큼, 이번 청원이 규제 완화를 염원해 온 전국의 농민 및 지주들의 광범위한 연대를 이끌어내며 상임위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본 청원은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서 ‘동의진행 중’ 상태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요건 충족 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정밀 법안 심사와 헌법 및 농지법 개정 논의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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