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시대 ‘하수 재이용’ 국가가 직접 챙긴다… 광역 공급망 구축 추진‘물의 재이용법’ 상임위 통과… 국가 차원 재이용시설 설치·운영 근거 신설 및 인가 규제 합리화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가뭄과 공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하·폐수처리수를 재활용하는 ‘물의 재이용’ 사업이 국가 주도의 광역 체계로 전환된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하 기환노위)는 국가가 직접 재이용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지역 간 물 분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으로 지자체 단위에 머물렀던 물 재이용 사업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이번 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안을 병합 심사한 결과물이다.
기환노위는 지난 4월 7일 제434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두 법안을 통합·조정한 ‘위원회 대안’을 가결했다.
지역 장벽에 가로막힌 재이용수… ‘수익성’과 ‘광역화’ 한계 극복
2024년 10월 정부안 제출 이후 약 1년 6개월간의 논의 끝에 마련된 이 법안은 6일 국회 의안과에 공식 접수되며 본회의 상정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쳤다.
현재 하수 재이용 사업은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어 관할 구역 밖의 수요처에 물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단지에서 대규모 공업용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투자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는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 대한 시설 투자를 위축시켜 왔다.
이번 대안은 물 부족 상황에서 재이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간 효율적인 물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국가가 직접 짓고 지역 간 물 나누고... ‘물 재이용’ 패러다임 전환
우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의 광역적 물 관리 권한이 강화된다.
장관은 지역별 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할 지역 외의 시설에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도록 공공하수도관리청에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관리청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하며, 이를 통해 극한 가뭄 시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효율적인 물 분배가 가능해진다.
국가가 직접 재이용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신설됐다.
가뭄 전망이나 물 수요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가 직접 하·폐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이 업무를 전문 기관에 대행하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민간 투자가 꺼려지는 공공성 높은 지역에도 대규모 물 재이용 인프라가 들어설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사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제 합리화도 병행된다.
기존에는 시설 공사 시작이나 완공이 예정보다 1년만 늦어져도 획기적으로 인가를 취소했으나, 앞으로는 환경적 요인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를 고려하도록 개선했다.
이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불가피한 지연으로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정당한 사유' 인정으로 사업 불확실성 제거… 유연한 행정 적용
이번 개정안의 주요 디테일 중 하나인 인가 취소 요건 완화(안 제17조)는 공포 즉시 시행된다.
특히 법 시행 전의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행정 처분 시 정당한 사유를 고려하도록 부칙에 명시하여, 현재 공사가 지연 중인 사업장들이 즉각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가 시설 운영 대행 기관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해 관리 감독의 실효성도 놓치지 않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하수 재이용 분야에서 지자체 경계를 넘어 국가가 통합 관리하는 진일보한 물 관리 체계를 갖추게 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민생 법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조속한 입법 완료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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