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까지 ‘위장수사’ 확대…"법적 기준·통제체계 먼저 갖춰야"디지털 성범죄 넘어 마약까지 적용 논의…개별입법 한계
일반규정화·명확한 허용 범위 등 제도 정비 시급 입법조사처 "개별입법 중심 넘어 통일 기준 필요"
[동아경제신문=최수빈 기자] 디지털 환경 확산과 함께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위장수사’의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제도 확대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통일된 법적 기준과 통제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위장수사 제도화 및 통제 기준 정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위장수사는 2021년 9월 도입 이후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용돼 왔다. 경찰청 자료(2025년 9월 23일 기준)에 따르면 총 765건의 위장수사를 통해 2171명이 검거됐고, 이 중 130명이 구속됐다. 2025년 6월부터 시행된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역시 같은 해 8월 말까지 36건이 진행돼 93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위장수사는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범죄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폐쇄적·비대면적 특성이 강한 범죄 대응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에는 마약류 범죄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범죄들이 익명성과 지능화를 기반으로 진화하면서 전통적 수사기법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제도적 기반이다. 현재 위장수사는 특정 범죄 유형별 개별입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다양한 범죄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구조는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하고 통제 기준의 일관성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 가지 한계를 짚었다. 우선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위장수사에서 허용되는 행위의 범위 역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로 수사 방식이 변화·확장될 경우 적법성 판단이 범의 유발 여부 등 판례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보완할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셋째로 현재와 같은 절차 중심 통제 구조는 향후 제도 확대 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위장수사의 범위나 양상이 변화할 경우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수사기관과 사법부 모두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신청·허가 절차에 의존하는 현재의 통제 방식만으로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일반규정화’를 제시했다. 특정 범죄별 개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 등 일반 법률에 위장수사 관련 규정을 두고, 적용 대상 범죄를 일정 기준에 따라 한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특별법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체계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장수사의 개념과 허용 범위, 한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 적법성 판단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사전·사후 허가 절차 강화, 수사 과정 기록 의무화, 통제 장치 보완 등 절차적 통제 역시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위장수사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해서는 개별입법 중심의 규율을 넘어 일반규정화를 통한 통일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절차적 통제와 실질적 통제를 아우르는 체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위장수사가 향후 중대범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확대가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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