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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 공백 여전…‘배치 설계’ 없는 증원 한계

"의사 수 늘려도 지방은 비었다"…수도권 쏠림 심화

최수빈 기자 | 기사입력 2026/04/13 [12:54]

지방의료 공백 여전…‘배치 설계’ 없는 증원 한계

"의사 수 늘려도 지방은 비었다"…수도권 쏠림 심화

최수빈 기자 | 입력 : 2026/04/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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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日·美선 ‘배치 규칙+보상 패키지’로 해법 모색

"정원확대론 공백 못메워…정책초점 ‘숫자→분배’로" 

 

[동아경제신문=최수빈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과 전공의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숫자만 늘려서는 지방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 배출된 의사들이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 다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은 ‘절대 부족’ 문제를 안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의사가 있느냐’는 분포의 불균형이다. 서울의 의사 수는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의료 접근성의 격차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제 정책의 중심을 ‘몇 명을 더 뽑을 것인가’에서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배치할 것인가’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 근무를 의무로 강제하기보다, 의사 개인에게도 경력과 삶의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이러한 문제를 겪으며 다양한 해법을 도입해 왔다. 독일은 지역별 의사 수를 엄격히 관리하는 ‘수급계획’을 통해 과잉 지역 개업을 제한한다. 일본은 ‘의사 편재 지수’를 활용해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고, 대도시 전공의를 지방에 파견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의료 취약지역 근무 시 수가를 높이고 학비 지원과 근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이동을 유도한다. 호주는 농촌 지역에 높은 보상과 함께 주거·교육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대만은 공공의료 시스템 안에서 의료와 생활 기반을 함께 설계하는 통합 모델을 운영 중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배치 규칙과 인센티브, 경력 경로를 결합한 종합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향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 정원에 지역별 상한을 두고, 의료취약지에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방 근무 경험을 전문의 취득이나 교수 임용 등 경력 평가에 반영해 ‘불이익이 아닌 이익’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주 여건이다. 주거, 자녀 교육, 배우자 일자리, 돌봄 인프라 등 생활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인센티브도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단순한 수가 가산을 넘어, 의사들이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환경을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외래 진료까지 흡수하는 구조를 조정하고, 지역 의료기관과의 의뢰·회송 체계를 강화하는 전달체계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 환자와 의사가 동시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역 의료 공백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이후의 배치 시스템과 인센티브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의사가 지방에 ‘가야 해서 가는 구조’가 아니라, ‘가고 싶어서 선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번 논의는 한국 의료정책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재설계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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