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일상화…"현행 보험, 기후재난 못막아"재산피해 2024년 9100억 비롯 10년새 급증…기존 보험 보장 사각·재정 한계
농작물·풍수해 부문 역부족… 기후보험 전면 개편 목소리 지수형 보험 등 새 제도 도입 데이터·상품 다양화로 대응을
[동아경제신문=이은수 기자] 극단적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보험 체계만으로는 재난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다.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며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보험의 역할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후보험 제도의 현황과 한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현행 보험 구조로는 대규모 기후재난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후 변화의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의 고온이 이어졌고, 연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은 13.7도를 기록했다. 2024년 한 해 발생한 35건의 자연재난으로 인한 재산 피해는 9107억원에 달해 최근 10년 평균보다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기후재난의 파급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재보험사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액은 2500억 달러, 사망자는 7만4000명에 달했다. 국제기구 역시 지난 30여 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분야 손실이 3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이 점차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물가, 산업, 재정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손실을 분산하고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보험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후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 풍수해·지진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 정책보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보장 범위와 대응 방식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보장의 사각지대 ▲위험 예측 역량 부족 ▲재정 지속 가능성 문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입법조사처는 몇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보장 대상과 재해 유형을 현실에 맞게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이고, 지역별·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보험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후위험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 예측 능력 강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기후 데이터 축적과 분석 기반을 확대하고, 정교한 위험 모델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정 지표에 따라 보험금이 자동 지급되는 ‘지수형 보험’ 등 새로운 상품 도입을 통해 보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상이변 대응을 위한 미래 과제로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 지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존 보험이 보장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기후보험이 단순한 사후 보상 수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위험을 분산하는 핵심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정책과 민간 보험이 역할을 나눠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도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이 그 변화의 중심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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