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 물도 부족한데…용인 반도체 현실성 논란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본격 가동땐 전력 16GW 추가 필요…공급망·송전 갈등 ‘첩첩산중’
1일 100만㎥넘는 용수부족 전망…대체수원 확보도 불투명 입법조사처 “수도권 집중 대신 분산형 클러스터 검토해야”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경기도 용인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국가 전략사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싸고 현실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메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확보 방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에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신규 국가산업단지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결합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용지 조성에만 13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전력 공급 문제다. 2024년 기준 용인 지역에 공급되는 전력은 약 1.9GW 수준인데,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2050년대에는 추가로 최대 16GW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급량의 8배가 넘는 전력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송전망 구축과 발전설비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역 주민 반발과 입지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 계획이 기술적·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모두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용수 문제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막대한 공업용수가 필요하지만, 2050년 기준 하루 약 110만㎥에 달하는 용수 부족이 예상된다. 수도권 주요 수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여유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수 재이용수 활용과 타 수계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법적·행정적 절차와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화천댐 용수를 공업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안정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력과 용수 등 기초 인프라의 공급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산업단지 입지를 먼저 정한 뒤 인프라를 맞추는 기존 방식으로는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형 개발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역 거점을 연계하는 ‘분산형·네트워크형 클러스터’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수도권의 설계·연구 기능과 지방의 에너지·생산 기반을 연결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과 물이 생명선”이라며 “기초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을 서두를 경우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지역 개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지 선정 이후 인프라를 끼워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 가능 자원을 기준으로 산업 규모와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보다 ‘준비 부족’이라는 평가가 먼저 따라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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