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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라는 치트키, '추억'이 유혹하고 '지친 뇌'가 선택하는 마케팅

[전문가 기고 / 마케팅의 전환점 ③]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동아경제신문 | 기사입력 2026/01/21 [12:52]

레트로라는 치트키, '추억'이 유혹하고 '지친 뇌'가 선택하는 마케팅

[전문가 기고 / 마케팅의 전환점 ③]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동아경제신문 | 입력 : 2026/01/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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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연세대 경영학 박사)    

마케팅의 지향점이 오로지 ‘새로움’에만 머물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과거의 모습들이다. 70년대 두꺼비 캐릭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이즈백’이나 20년 전의 수집욕을 다시 자극한 ‘포켓몬빵’의 부활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을지로나 종로의 낡은 간판과 자개장 인테리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을 넘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하고 독보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의 기저에는 그리운 향수라는 익숙함 아래 인간이 본능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심리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복잡한 학습을 거부하고 직관적인 정보를 우선적으로 수용한다.

 

정보 과부하와 급격한 기술 변화에 매일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레트로는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는 아는 맛의 안도감을 제공하기에 결국 소비자들이 익숙함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친 뇌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영리한 휴식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레트로는 소비자의 뇌가 느끼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감’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시장의 주류가 된 밀레니얼, 왜 레트로에 응답했는가

 

레트로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시장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주요 소비 주체인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이는 기업의 정교한 기획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에 대한 피로도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 속에서 익숙하고 검증된 것을 선택하려 했던 시장의 현실적 판단이 투영된 결과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이 변화에 지친 밀레니얼의 정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인 필자 역시 한때는 강남의 최신 트렌드를 좇았지만 최근 발길이 머무는 곳은 ‘서울의 심장, 다시 뛰는 종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종로와 을지로 일대다. 커다란 자개장 앞에서 투박한 유리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풍경은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동세대 전반이 공유하는 일상적 선택이 되었다.

 

본래 자개장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안방 한 면을 묵직하게 차지하고 있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구였다. 아날로그의 정서와 디지털의 효율을 모두 경험한 밀레니얼에게 자개장은 단순한 가구가 아닌 경쟁과 속도에 앞서 존재했던 비교적 안정적인 감각을 환기하는 상징이다.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꺼내 든 과거의 조각들을 밀레니얼이 자발적으로 힙한 콘텐츠로 재해석하면서 레트로는 강력한 시장 동력을 얻었고 이 흐름은 이제 Z세대로 확장되며 레트로를 향수가 아닌 새로운 취향으로 소비하는 세대 간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레트로 이후 시대, 브랜드는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브랜드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레트로 자체가 목적이 되는 함정이다. 과거의 외형만 기계적으로 복제하고 현재의 사용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일시적인 화제성 이후 곧바로 외면받는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과거의 요소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정교하게 재설계한다. 

 

포켓몬빵은 단순한 제과를 넘어 스티커 수집이라는 추억을 현대의 SNS 인증샷 문화와 결합해 강력한 놀이판을 깔았다. 과거 개인의 책상에 붙이던 스티커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현대적 콘텐츠로 진화한 것으로 과거의 기억을 현대의 플랫폼 위에서 재해석할 때 브랜드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 브랜드의 질문은 “다음엔 어떤 복고 아이템을 가져올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학습하지 않고도 곧바로 선택하게 만들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레트로 이후 소비되는 것은 또 다른 복고가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단번에 납득되는 서비스, 즉 불필요한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 직관적인 경험 설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문턱을 낮추는 브랜드가 승리

 

마케팅의 진정한 전환점은 화려한 기술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얼마나 쉽게 결정내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레트로 열풍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선택의 문턱을 최대한 낮추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이전 기고에서 강조했듯이 이제 마케팅의 성패는 브랜드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발적인 ‘리뷰’와 ‘공유’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얹을 수 있는 브랜드는 결코 복잡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소비자의 기억 위에 즐거운 경험을 쌓고 있는지 아니면 불필요한 설명서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가장 적은 수고를 요구하면서도 가장 깊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 필자는 경영학 박사로 현재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려대학교 및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마케팅 석사, Syracuse University에서 경영학 학사를 마쳤다. 삼성물산 근무를 비롯한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심리와 서비스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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