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력 네크워크통합 히트펌프 사용 전력망 포화에 유연성 기여도 가능
난방공사, 지역난방 수소전환에만 집중 국내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추세… 공동주택 중심 주거문화 보급 걸림돌로 김성환 "공사, 4세대지역난방 도입 지연 에너지 효율성·전력망 개선 기회 놓쳐"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와 정부의 지역난방 전환 계획이 세계적 추세에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서울 노원을)은 윤석열정부의 열에너지 정책과 한난의 탄소중립 전환 계획이 지역난방에 히트펌프를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의원이 한난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난의 탄소중립 계획은 LNG 열병합 설비의 수소 연료전환에 집중되어 있다. 205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열병합발전소 7기를 수소터빈으로 전환하고, 수명이 남은 11개 발전소는 혼소 전환하거나 CCUS를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터빈 발전의 상용화 기술 확보는 물론 국내에서 청정수소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급 여건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오직 수소 연료전환만을 단일 대안으로 준비하는 전략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김 의원은 “한난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난방 히트펌프 활용 방안을 놓치고 있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는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보일러에서 히트펌프로의 전환이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히트펌프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5대 핵심기술로 언급하였으며, 2030년까지 전 세계 히트펌프 수요가 연평균 8.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은 이미 신축건물의 가스보일러 사용 금지에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2022년 한해만 전세계의 히트펌프 보급이 40% 성장하면서 전환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의 2022년 히트펌프 판매량은 300만 대를 넘어섰고,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지원 등에 힘입어 가정용 난방기기 시장에서 히트펌프 판매량이 천연가스보일러 판매량을 앞질렀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전체 배출량은 꾸준히 감소 중이지만, 반면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히트펌프 도입 등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공동주택의 주거비중이 높은 문화권에서는 개별 세대에 히트펌프를 설치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히트펌프 보급의 난관으로 꼽힌다. 따라서 지역난방에 히트펌프를 적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독일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지역난방에 대형 히트펌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2030년까지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열의 30% 이상을 대규모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난과 윤석열 정부의 지역난방 정책에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난이 히트펌프 도입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4세대 지역난방’의 핵심 개념인 재생에너지 전력과 열공급의 결합, 즉 ‘P2H 섹터 커플링’의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 P2H(Power to Heat)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냉난방에 이용함으로써 기존 열병합발전의 화석연료 소비를 대체하고, 전력수요와 열수요를 통합하여 열수요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전력망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등 에너지체계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개념이다.
김 의원은 “다가올 탄소중립 시대에 한난에 요구되는 역할은 지역냉난방 공급을 더욱 확대하여 건물부문 에너지소비의 탈탄소화를 견인하는 한편, 열과 전력부문의 통합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난이 올해부터 국가 R&D P2H 기술실증 및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사이트에 적용하기에는 미진한 단계”라며, “지역난방 히트펌프의 조속한 상용화 및 공급확대를 위해 빠른 상용설비 적용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한난이 대한민국 지역난방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4세대 지역난방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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