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월성원전 단지 반경 32km내 '강진 유발' 활성단층 5~7개 존재 주장
지난달엔 '부적합 앵커볼트 사용' 제기 원안위 "안전 확인"에 "위험 가중" 반론
단층 고려 지진재해 위험지도 제작 등 동남권 주요 시설물 내진성능 제고 촉구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고리, 월성원전 단지 반경 32km내에 큰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이 5~7개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동남권 주요 시설물의 지진 위험성을 꼼꼼하게 평가하고 국가 내진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노후원전의 안전 점검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가 최근 국회를 통해 제기된 노후원전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월 30일 국회를 통해 제기된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가 법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13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민형배 국회의원 등과 함께 국회토론회 ‘지진과 원전 안전: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동성 단층의 발견’을 개최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원자력안전과미래도 이날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대 지질학과 손문 교수(국가활성단층 연구 단장)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 연구원 이희택 토목공학 박사가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동남권에 위치한 활동성 단층이 규모 7이상의 대지진을 촉발할 수 있으며 이때 부적합 앵커볼트가 원전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 노후원전 앵커볼트 문제 제기...원안위 “설계 적합”
토론회는 지난달 제기된 노후원전 앵커볼트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지난 11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익명의 제보자가 제출한 국내 노후원전의 부적합 앵커볼트 자료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이 발표에 대해 “월성 3호기 격납건물 압력경계에 비내진 앵커볼트 1천 3백여개, 국내 가동원전 13기 안전 관련 설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장치됐다는 근거와 함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년간 이를 인지하고도 무마했다는 근거가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부산일보 등 언론에도 ‘비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가동원전 13기에는 매입형 앵커볼트의 매입 깊이가 부족한데 원안위가 이에 대해 규제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해당 지적이 사실과 다르며 각 앵커의 재질이 설계에 적합하게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원안위는 30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문제가 제기된 시점부터 현장조사·안전성평가·안전조치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성 3호기 비내진 앵커볼트는 2017년도에 문제 제기되어 관련 기술기준을 적용하는 캐나다 규제기관에 비내진 앵커 사용이 허용됨을 확인했으며 이후 2019년 말까지 월성 가동원전 비내진 앵커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해 설계지진 요건에 만족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0년 새울 2호기 건설과정에서 앵커볼트 매입 깊이 부족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이후 전체 가동원전에 대해 확대 조사를 실시하고 확인된 사례에 대해 구조적 건전성 평가 후 관련 안전조치를 2022년 말 완료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각 앵커의 재질이 설계에 적합하게 사용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시설위험지도 제작하고 국가 내진 성능 높여야”
13일 토론회에서는 원안위의 설명에 대한 반박 의견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여한 KINS 위촉 연구원 이희택 박사는 원안위 보도자료를 반박하며 “문제가 밝혀진 현재에도 허위로 국민께 입장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토론회 현장에서 원안위와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사이의 서한을 공개하고 “서한에는 비내진 앵커를 허용한다는 CNSC의 의견은 없으며 월성원전 격납건물의 앵커볼트 시스템은 캐나다 원 설계 기준에 따라 CSA N287 코드 시리즈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CSA N287 코드 시리즈는 국내 월성원전 설계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준용해야 하는 캐나다의 원전 안전규제 규격이다. 문제가 되는 월성3호기는 CSA N287 코드 시리즈가 격납건물에 시공되는 앵커볼트 시스템도 격납건물과 동일한 안전등급으로 내진검증과 평가를 요구한 1982년 이후 건설됐다.
큰 지진을 발생할 수 있는 단층이 원전과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내진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문 국가활성단층 연구 단장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포함한 동남권에 최대 규모 6.5-7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총 16개의 제4기 단층 분절이 존재함을 대규모 연구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중 고리, 월성원전 단지 반경 32km 내에 5개에서 7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노후원전을 비롯한 동남권 주요 시설물의 지진 위험성 평가를 위해 향후 이들 단층을 고려한 지진재해와 위험지도, 시설위험지도를 제작하고 이에 맞춰 국가 내진 성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대표 변호사는 “전체 14기 원전에 장치된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기준을 만족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진 발생 유무에 관계 없이 원안위 고시인 기술기준규칙에 규정된 내진 여유도 확보(5호)나 방사성 물질 누설률 초과 방지(3호)에 있어 격납건물 설계조건을 모두 위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월성 2, 3, 4호기 설계에 참여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월성원전의 격납건물은 콘크리트 벽체 내면이 탄소강판으로 설치된 경수로 원전과 달리 에폭시라이너만 도포되어 있어 강진과 같은 외부 충격에 손상되기 더 쉽고 격납건물의 방사성 물질 누설차폐 기능도 훨씬 더 취약한 상황인데, 격납건물에 1천 3백개 이상의 비내진 앵커볼트가 장치됐다는 것은 지진 사고 위험이 심각하게 가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후원전 지진 영향 투명한 재점검 필요”
정치권에서도 노후원전의 지진 영향에 대해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며 정부가 더욱 적극 안전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은 “오늘 국회 토론회는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대규모 지진 가능성 간의 연관성을 최초로 고발하는 공론의 장”이라며, “최근 경주 월성원전 반경 10km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은 앞으로 최대 규모 7.0의 대규모 지진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조현상으로, 국내 노후원전 지진 영향의 투명한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은 “한빛 1, 2호기의 경우, 주요 안전설비에도 설계기준보다 짧은 앵커볼트 사용 등 부실관리 문제가 지적된다”며 “원전 사고는 후대까지 피해가 이어지는 중대한 문제로 안전확보에 작은 방심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당국은 앵커볼트 적합성 확인 등 제기된 의혹해소에 적극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원자력 관련 기관과 사업자 한수원, 그리고 한국 정부의 원전 안전 대응이 무법의 사각지대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 문제가 현 정부의 안전을 무시한 노후원전 수명연장 폭주를 발목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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