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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실수로 다른음식이…키오스크시대 빛과그늘

이한 기자 | 기사입력 2023/11/15 [10:12]

터치 실수로 다른음식이…키오스크시대 빛과그늘

이한 기자 | 입력 : 2023/11/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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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외식업체 키오스크 대수만 8만여대 

비대면 편리·인건비 절감 등에 도입 급증

 

이용자 절반 무인주문 피해·불편 경험

60대이상 "조작 어렵고 글씨 작다" 호소

 

고령자·장애인 이용쉽게 화면높이·폰트 등

KS표준 개선…법적 의무 아닌 권고 '한계'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카페나 식당 등에서 키오스크 무인 주문이 늘어나는 추세다. 직원이 응대하지 않고 손님이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거나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흐름이 불편하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IT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 등을 위해 단말기 접근성이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키오스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2021년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기준 국내 민간분야 키오스크 수는 2만 6574대다. 요식업 및 생활편의 분야에서는 2019년에 비해 4.1배 늘어났다. 2021년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비대면 경향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추세 등이 이어졌음을 고려하면 최근 키오스크 단말기 보급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에 설치한 키오스크 대수만 따져도 2019년 5479대에서 지난해 8만 7341대로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등 무인 주문기를 사용한다고 답한 업체 비율은 2019년 1.5%에서 지난해 6.1%로 늘었다.

 

◇ 키오스크 단말기를 향한 두가지 시선

 

기자는 14일 점심식사와 식후 커피 주문을 모두 키오스크로 진행했다. 앞서 12일과 13일 저녁식사도 식당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 단말기로 주문했다. 직원과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메뉴 설명도 자세히 볼 수 있어 편리하게 느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키오스크를 편리하게 잘 사용하고 있을까? 

 

키오스크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절반 가까운 소비자는 키오스크가 불편하거나 무인 주문으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원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불편이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6%(233명)가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키오스크가 불편했던 사례는 주문이 늦어져 뒷사람 눈치가 보이거나(52.8%), 조작이 어렵고(46.8%), 기기 오류(39.1%)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조작 어려움(53.6%)’이 가장 불편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노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주문화면의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23.2%)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복수 응답)

 

소비자가 겪은 불편이나 피해 사례 역시 다양했다. 외식업에서는 주문 실수를 인지하지 못해 다른 상품을 받은 사례(93.9%)가 많았고, 대형마트 등 유통점포에서는 상품 변경 불가(30.4%), 주차장에서는 주차 할인 등 미적용(28.6%)을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사람들은 키오스크가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문 응답자 중 88.2%(441명)가 기기 이용을 도와줄 직원을 근처에 배치하거나 호출벨을 설치하는 등 편의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84.8%(424명)는 업종 또는 브랜드마다 다르게 설정된 주문 순서, 조작 방법 등 기능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이용 만족도(5점 만점)를 평가한 결과 전체연령 평균 만족도는 3.58점이었다.

 

▲ 키오스크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편리함과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위해 접근성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 정보에도 ‘격차’ 존재한다? 

 

물론 키오스크 조작이 전혀 어렵지 않거나 단말기를 통해 주문해도 속도가 전혀 느려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 기기오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 혹시 오류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20대 소비자 유모씨는 “화면 보고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왜 어려운지 모르겠다. 기기 오류가 생기면 다시 하거나 직원을 부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20대 소비자 최모씨도 “키오스크 주문은 유튜브 영상 재생만큼이나 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지적이 이어진다. 우선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진행한 2021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1%다. 지난 2020년(68.6%)보다 높아졌으나 고령층은 여전히 IT 관련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다. 60대보다는 70대가, 70대보다는 80대 이상이 더 그렇다. 앞서 언급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은 3.31점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키오스크 이용 빈도를 연령대별로 살펴봤는데 나이대가 높을수록 키오스크 이용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78.0%)와 30대(76.0%)는 키오스크를 1주일에 1회 이상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으나 60대 이상은 36.0%에 불과했다.

 

실제로 실버 세대는 MZ에 비해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70대 소비자 이모씨는 “어떤 단말기는 주문하면서 결제까지 하고 또 어떤 단말기는 주문만 하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시스템이어서 헷갈린다”며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한 곳은 잘 가지 않는다. 직원이 아예 없는 무인가게는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60대 소비자 안모씨는 “최근 몇 년 동안 키오스크가 부쩍 늘어 지금은 그래도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매우 불편했다”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나이 든 사람이라 그런 것도 모른다고 생각할까봐 신경이 쓰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지적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역량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명절 기차 예매 등이 온라인 위주로 이뤄지면서 표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 소비자가 늘어나자 ‘현장 판매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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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늘어야

 

키오스크 접근성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다른 곳에서도 들린다. 장애인들에게도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소비자원도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 키오스크 대부분이 KS 표준대로 설계하지 않아 접근이 낮다”고 지적했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키오스크 KS 표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단말기 표면에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폰트 크기는 12mm 이상으로 하며 화면 높이도 최대 1,220mm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한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당시 소비자원은 서울과 경기지역 공공·민간분야 키오스크 20대를 대상으로 해당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60%(12대)는 키오스크 기기 자체 또는 첫 화면에 이용 방법을 표시하지 않는 등 해당 지침에 부합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70%(14대)는 표준에서 정한 글씨 크기 보다 작았다.

 

소비자원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거의 없다고도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쉽게 이용하려면 점자나 음성안내 또는 지시등 신호 등을 이용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데 키오스크는 그런 기능이 없거나 또는 부족했다.

 

당시 소비자원은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점자 표기가 있거나 키오스크 근처에 다가갔을 때 사람을 인식해 음성안내가 나오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지만 이 기능이 탑재된 키오스크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발권기 1대뿐이었고, 이 또한 화면 유지 시간이 짧아 표시된 점자를 읽는 동안 선택 내용이 초기화되는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인주차장 키오스크 이용 중 오류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직원과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 호출 버튼을 이용한 전화 통화여서 음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은 사실상 소통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최대 높이(1220mm)를 기준으로 접근 가능 여부도 확인했다. 그 결과 20대 중 17대(85%)는 터치스크린 높이가 해당 기준보다 높았다. 나머지 3대만 휠체어의 전면 또는 측면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소비자원은 판단했다. 키오스크 아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단차가 있어 접근이 어렵거나 화면 높이 조정 기능을 갖췄지만 메뉴 선택 후 결제화면에서는 일부 버튼이 1220mm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 키오스크 및 무인점포 확대 추세...더 쉬운 이용 가능해야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말부터 공공·교육·의료·금융기관을 시작으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에 휠체어가 접근 가능하도록하고 점자 블록이나 음성안내를 제공할 예정이다. 장애인과 고령자들도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데 따른 조치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안은 대상 기관의 준비기간 및 현장의 적용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상 기관의 유형 및 규모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공공기관부터 우선 시행하고 민간부문은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1단계로 내년 1월 28일부터는 공공·교육·의료·금융기관과 이동·교통시설 등에, 이어 같은 해 7월 28일부터는 2단계로 문화·예술사업자, 복지시설, 상시 100인 이상 사업주에 적용한다. 3단계는 2025년 1월 28일부터로 관광사업자와 상시 100인 미만 사업주가 포함되는데, 바닥면적 50㎡미만 시설은 보조적 수단 제공 등 별도의 조치를 한 경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이 법의 시행일인 지난 1월 28일 이전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 1월 28일부터 관련 의무를 적용하고, 법률 시행일 이후에 설치되었으나 개정 법률 적용일 이전에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의 경우에도 2026년 1월 28일부터 관련 의무를 적용한다.

 

염민섭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최근 빠른 속도로 키오스크 및 무인점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등 그동안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국민의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체 등에서도 관련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장애인·고령자가 매장에서 큰 불편 없이 음료 등을 주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대폭 개선한 키오스크 신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제품 하단에 촉각 키패드를 설치해 고객들이 음성 안내에 따라 키패드를 조작할 수 있고 화면도 저시력자 모드와 저자세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당시 LG전자는 “전 제품군에 접근성 기능 탑재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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