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신문=동아경제신문 기자]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사상 최저 출산율(2022년 합계출산율 0.78)과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의 65세 노인인구 편입 급증,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2025년 고령화율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 두 현상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베이비부머 전체가 노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령화율은 높아지며, 2070년(고령화율 46.4%) 인구 절반가량이 노인이 되는 이른바 ‘극초고령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보는 최근 통계청의 전망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가속화가 추동하는 지역의 인구감소, 지역불균형발전, 지방소멸 위기와 맞물리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막다른 인구위기, 지역위기를 넘어 국가위기의 사회로 한국을 몰아세우게” 될지 모른다(김명식 외, 2023).
세계사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상최저의 출산율과 사상최고의 고령화율, 2050년까지 매년 평균 45만 명 내외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은 국내 경제성장율 저하와 치닫는 노인복지비 등의 부담으로 이어져 우리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러한 전망을 앞에 두고 우리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살펴야 한다.
초고령사회 대응 정부정책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노인주거정책면에서 살펴보자면 공공임대주택, 노인복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등 저소득층 중심의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술한 베이비부머에 관한 정책대상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거주 중산층 베이비부머에 대한 노인주거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인구과소지역발생, 지방소멸위기 등과 함께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고령친화적 주거환경 조성’에 관한 정책으로서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K-CCRC) 모형 개발 및 시범 조성 추진”이 발표된 것을 보면 명확해진다(정부의 2020년 12월에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전체 베이비부머 중 수도권 거주 비율(2018년 기준 48.3%)이 절반에 가깝고 이들이 고향, 곧 지방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의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2023년 기준 설문결과 74.9%).
K-CCRC는 ‘고령친화적 주거환경 조성’의 추진과제인 ‘고령친화적 주택 공급 확대’, ‘고령친화 커뮤니티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 ‘고령자의 교통 복지 기반 구축’ 중, ‘고령친화 커뮤니티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에 베이비부머를 위한 주거정책의 일환으로 포함되어 있다.
빈집이나 미분양 상가 등 유휴시설에 주택 및 생활SOC 등을 조성하고 지역의 기존자원을 활용하며, 공공기관(LH 등), 민간기업, 지역공동체, 지역대학 등과 협업하여 PPP(Public-Private-Partnership)로 K-CCRC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곧, “공간 전략으로서 K-CCRC를 뜻한다. 여기에는 기존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하는 의미의 AIP(Aging In Place)에서 확장된, 더 큰 차원의 의미에서 지역 공동체 속에서 계속 거주하는 AIC(Aging In Community)의 개념이 담겨 있다(‘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K-CCRC는 다음의 다섯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1) 수도권 대도시 베이비부머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 (2) 이주한 베이비부머가 지역사회 및 지역의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3) 지역의 다양한 세대 및 연령층과 교류하는 것, (4) 지역에서도 의료·돌봄 등 복합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 받는 것, (5)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심화되는 고령화에 따른 고령친화 주거복지를 실현하고, 지역활성화 및 지역재생의 단초제공, 지역으로 인구유입 및 지역의 인구감소억제, 고령자를 위한 고령친화 공간과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취지가 담겨있다.
K-CCRC는 이른바 J-CCRC(일본판 CCRC)인 생애활약마을조성사업을 참고한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2000년대 초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최근 지역의 슬럼화 및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상관저의 관심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지방창생 및 지역재생사업을 2016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생애활약마을조성사업의 목적은 (1) 도쿄권 및 대도시권의 고령화문제에 대응, (2) 고령자를 희망 지역으로 이주시켜 지역 인구 유입을 촉진, (3) 지역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면서 활동적인 노후 생활 영위, (4) 고령자의 거주를 위한 의료서비스 수혜이다(일본판CCRC구상유식자회의, 2015).
2021년 10월 기준 전체 1,788개 지자체 중 생애활약마을형성사업에 참여 의향이 있는 지자체는 372곳, 계획을 수립한 151곳과 이에 입각해서 관련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123곳을 보자면 이 정책과 사업이 원활히 시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지방창생 웹사이트).
고령화율이 우리보다 현저히 높고, 수도권 노인인구 밀집 문제와 지방의 소멸위기에 대응하여 일본이 돌파구로 찾은 인구 및 지역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2022년 현재 일본 고령화율 29.00%, 한국 17.47%, OECD 평균 17.96%).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이 2040년 이후부터 일본을 역전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K-CCRC와 같은 우리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2060년 일본 고령화율 전망 38.1%, 한국 43.8%).
이에 국내에서 K-CCRC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수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발간된 연구보고서, 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김명식 외, 2023)에서 나온 결과 몇 가지는 K-CCRC의 정책시행을 추동한다.
그 중에서 K-CCRC에 관한 정책을 간과하기 싶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설문조사결과이다. 수도권 대도시 거주 베이비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은퇴 후 또는 가까운 미래에 비수도권 지역에 K-CCRC가 조성된다면 “이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4.9%에 달했다.
또한 이주 의향이 없는 25.1%의 응답자 중에서 이주저해요인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열악한 “의료복지 시설 여건” 36.3%와 그 밖에 여건을 개선했을 때 “이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5.7%를 합하면 전체 80.6%가 K-CCRC에 이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앞서 언급한 수도권 대도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지역이주, 이를 통해 지역인구감소 억제 및 지역활성화 단초 제공, 고령자의 건강한 노후생활 영위 등의 목적과 취지가 공허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공간 전략으로서 K-CCRC 조성이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모르나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노인주거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노인복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등과 함께 K-CCRC 조성 추진을 준비하여 다가올 극심한 고령화, 극초고령사회, 지역소멸의 지방위기에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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