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등 재사용률 낮아 ‘자원낭비’
제조·사용·폐기 온실가스 총량 텀블러 월등
텀블러 6월 이상 재사용해야 환경에 도움 돼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등 개인용 컵 사용이 권장되고 있으나 실제 사용이 적어 되려 자원낭비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음료회사나 커피전문점에서는 텀블러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무료로 받은 텀블러의 실제 사용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300㎖ 용량 텀블러, 플라스틱 컵, 종이컵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했다. 텀블러 및 컵 세척시 사용하는 물의 양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해 계산했다. 그 결과 제조·사용·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총량은 텀블러가 671g으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플라스틱 컵은 52g, 종이컵은 28g에 불과했다.
그런데 텀블러와 일회용컵(종이컵)을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이러한 탄소 배출량은 금새 역전됐다. 텀블러는 매일 설거지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1g)만 더하면 되지만, 일회용컵은 제조·폐기 시 나오는 온실가스를 매번 더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2주 뒤에는 플라스틱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보다 많아지고, 1개월 뒤에는 종이컵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텀블러를 넘어서게 됐다.
결국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의하면 텀블러를 6개월 이상 사용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플라스틱 컵보다 11.9배, 2년 이상 쓰면 33.5배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텀블러를 1번만 쓰고 버릴 경우 671g의 탄소배출량을 기록하는 쓰레기일 뿐인 것이다.
또한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CIRAIG도 유사한 실험을 통해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폴리프로필렌(PP) 텀블러는 50번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텀블러 하나를 만들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종이컵의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1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한 관련 단체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1인당 텀블러를 평균 6개 이상 갖고 있었다. 이들의 텀블러 입수는 대부분(4개 이상) 사은품으로 받았다. 이렇게 보유한 텀블러의 사용 횟수는 월평균 6.5회였고, 텀블러를 폐기할 때까지 1개당 평균 45.8회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재질에 관계없이 재사용 횟수가 실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결론이다.
이들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유는 쓰레기를 줄이려고(31.5%), 친환경적이라서(18.5%) 등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쓴다는 응답자가 과반이었다.
하지만, 안 쓰는 텀블러의 경우 그냥 보관하거나(62.5%), 버린다는(33.0%) 응답이 많았고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재활용한다는 비율은 낮았다. 특히 응답자의 51.5%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잘 쓰지 않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일부는 텀블러 세척 시 물과 세제, 살균을 위한 전력사용 등이 과다할 경우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1월 6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