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화백, 사계절 山의 기운 캔버스에 담아
자연의 소리 훔쳐 ‘재해석’…특유의 점묘법 돋보여
“추상화의 뿌리에 풍경화를 심었다”
자연과의 감성적 교감을 화폭에 담아오고 있는 박경호 화백. 그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산의 형상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 화백은 “초기에는 인물·풍경을 구상화폭에 옮기다가 2년간 추상화를 했다. 그리고 1982년부터 프랑스 유학 중 유럽 회화들을 접하며 대한민국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깨달아 귀국 후 ‘산하메아리’를 그렸다. 이후 산의 기운을 쐬기 위해 전국 명산을 두루 다니며 느낌과 감정을 화폭에 옮겼다”고 말했다.
박 화백의 2020년作 ‘천지창조’를 보면 캔버스 화면 안에 산은 웅장하고 뾰족한 산세의 형태로 표현된다. 그러면서도 점묘법이 사용되어 시간의 정점을 향해 몇 번이고 캔버스 위의 흔적들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큰 붓에서 점차 작은 붓으로 화면에 선과 색을 입힌 후 나이프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다양한 라인과 색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박용숙 평론가는 ‘그림을 둑을 쌓듯이 그린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리고 박 화백의 화면은 밝고 맑은 색상이 지배하는데, 이는 하나님이 처음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 맑은 색감으로 나왔을 거라는 작가의 서정과 낭만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박 화백은 사생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빛과 현장의 울림을 심상으로 재해석해 화폭에 담는다. 그래서 장면마다 다른 감정과 더불어 실제처럼 느끼게 한다. 이것이 화가의 묘수인 것이고 감상자는 그 의도에 무의식적으로 감염된다.
박경호 화백은 “험준한 산(악산)에 소나무와 꽃이 함께 등장한다. 소나무의 뒤틀림과 표피는 인생의 질곡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 삶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소나무를 넣고 있다. 또한 하늘에 구름은 소망이고, 폭포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3년전부터 바다와 강으로 간다. 특히 남해 섬마을을 자주 방문하는 그는 배와 조그만 섬들이 마치 물위에 계란을 띄운 것 같다며 바다가 아니라 바다의 느낌을 그리고 있다.
한편, 박경호 화백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영토회 창립맴버로 4번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올 가을 필 갤러리에서 계획 중인 25번째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2월 2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