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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회장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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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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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경영연구원원장 가재산

 

은둔의 경영자로 잘 알려져 왔던 이건희 회장은 실제로 회사에 출근하거나 경영현장에 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면 회사 출근길은 기자들로 대혼란을 겪는다. 나는 89년부터 4년간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그리고 25년간 근거리에서 직접 뵌 것은 창업55주년 그룹행사시 실무를 총괄하면서 직접 뵌 것을 포함하여 단 세번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회장은 출근과는 관계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던지는 메시지와 미래를 예측하고 결단하는 힘은 남달랐다.

내가 직접 참여했던 런던에서 특별교육이 있기 한달전인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계열사 사장단, 비서실직원, 계열사 주요간부 등 간부 300여명을 캠핀스키 호텔에서 특강과 교육을 진행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발언은 삼성이 국내에서 1등이지만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위기감으로 변화하자는 절규를 쏟아냈다.

이병철 회장의 서거로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88년 3월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의 체질을 굳건히 다져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전개하려 했지만 임직원들은 '국내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있던 터라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난다’며 질타해도 혁신은 고사하고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1993년 2월 미국 LA를 시작으로 도쿄와 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진 해외시장 순방 투어와 회의를 떠난다. 미국 현지 유통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외면 받는 삼성 TV를 목격하고 통탄했다. 또 출장도중 비행기에서 삼성 디자인 고문 후쿠다로부터 삼성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와 품질문제로 고장난 세탁기를 칼로 깎는 사내고발 방송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에도 계속 회의와 특별 교육이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이어졌다. 약 6개월에 거쳐 1800여명을 대상으로 회의와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회장의 절규를 넘어 변화의 채찍을 휘둘렀지만 교육을 받고 나서도 사장단이나 간부들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지라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무도 잘 몰랐다.

그래서 비서실과 각사에 발족된 것이 ‘삼성신경영 추진 사무국’이었다. 비서실에도 그러한 경험을 한사람이 없다 보니 교육을 총괄하는 필자가 속한 인사팀에 일이 떨어졌다. 마침 그룹교육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필자가 얼떨결에 그룹신경영을 총괄하는 사무국을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때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이회장이 그토록 강조한 내용과 혁신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20만 명이 탄 항공모함을 한방향으로 유도하기위한 대대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일이었다.

바로 비서실내에 T/F를 구성하고 호텔신라에 200여평의 방을 빌려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속기사40여명을 불러모아 그동안 강의나 회의록을 모두 정리했다. 이 회장이 임직원들과 나눈 6개월간의 특강과 대화는 무려 350시간에 달했고 이를 풀어 쓴 결과 A4용지 8500매에 달했다.

이 많은 자료를 정리하여 한장으로 알기쉽게 ‘신경영 추진 체계도’를 만들고 ‘삼성신경영’이라는 한권의 책으로 요약집도 만들어 이를 교재로 하여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현장의 여사원들을 위해 만화로 유명했던 이원복 교수에게 부탁하여 만화로 그린 신경영책자를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다.

그 많은 메시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였다. 회장인 나부터 변화할 테니 따라오라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점이었다. 그리고는 나부터, 위에서부터, 쉬운 것부터 바꾸어 보라는 지시였다. ‘나부터 변화하라’는 그룹임직원 신경영교육은 2년간 지속되었는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97년 외환위기때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되는 법이다. IMF위기로 다른 그룹이나 기업들은 갑작스런 충격에 부도가 나고 문을 닫아야 했지만 삼성은 위기가 닥치자 저력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철옹성 같았던 소니는 2003년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에 역전되는 소니쇼크가 발생하였고 그 이후 소니나 내쇼날, 후지쓰 같은 일본 전자왕국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힘의 원천은 바로 남탓이 아니라 ‘나부터 변화’라는 메시지를 그룹임직원 20만에게 공유하고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이루어 낸 쾌거라고 생각된다. 

이제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렵고 코로나로 위기가 닥쳤지만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이 꽃을 피울 절호의 기회다. 대한민국은 IT를 앞세워 코로나위기를 남탓이 아니라 나부터 변화하여 지구상에 우뚝 선 ‘디지털 실크로드’의 꿈을 꾸어 본다.

 

/2020년 10월 27일 동아경제 

가재산 한류경영연구원원장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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